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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ese Literature

나카하라 츄야 - 춘일광상

1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에는,
자살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에는,
그 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이럼에도 그럼에도 업장(?)이 두터워,
계속해서 목숨이 이어지게 된다면,

봉사하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봉사하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죽었으니까요,
분명히 그이는 죽었으니까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만 합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만 합니다.


2

봉사하는 마음이 되기는 하였으나,
허나 특별히 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전보다, 독서는 숙독을.
그러니 이전보다, 사람에는 예의를.

템포에 맞추어 산책을 하고
밀짚모자를 경건히 짜며――

이래서야 마치, 완구의 군단,
이래서야 마치, 매일이 일요일.

신사(神社)의 양달을 느긋하게 걷고,
지인을 만나면 방긋 미소 짓고,

사탕가게 노인과 친분을 다지고,
비둘기 앞에 콩 한 줌 흩뿌리고,

눈이 부시다면 응달에 들어가고,
거기서 땅바닥과 수풀을 봅니다.

이끼는 너무나도 서늘하니,
기쁘기 그지없이, 화창한 오늘.

참배객은 무리지어 걷고,
저는 만사가 평온합니다.

    《인생은 실로 순간의 꿈이니,
    고무 풍선의 아름다움이어라.》

하늘로 떠올라, 빛나고, 사라지며――
그래요, 오늘은 평안하셨는지요.

오래간만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자리를 옮겨서 차라도 마실까요.

용기 내어 찻집에 들어가 보았지만,
대화할 거리는 마땅히 없는구려.

담배 한 개피 뻐끔뻐끔 피워대고,
말로는 못다 한 각오를 다지고, ――

바깥은 참으로 산뜻한 날이구려!
――그러면 부인께 안부 전해 주시오,

외국에 나간다면 전언을 부탁하오.
술을 과하게 탐하지는 마시오.

마차도 지난다면 전차도 지납니다.
참으로 인생은 새댁과도 같더라.

눈부시게 어여쁘나 살짝 고개 숙이고,
이야기를 시킨다면 넌더리를 내려나?

그럼에도 마음을 사뿐히 사로잡아,
참으로 인생은 새댁과도 같더라.

   3

그러면 여러분,
흥겨워도 마시고 울적해도 마시고,
템포에 맞추어 악수를 나눕시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 결여된 미덕은,
성실함과 또 하나 마음가짐이오니.

자, 그럼 여러분. 자, 한데 모여――
템포에 맞추어 박수를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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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mukei-r.net/poem-chuuya/arisi-57.htm